MLB/Boston Redsox

보스턴 레드삭스, 또 하나의 심장을 거래하다

Bryant 2025. 6. 17. 23:25

 

 

2025년 6월, 레드삭스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평범한 출근길, 스마트폰을 통해 접한 뉴스 한 줄

 

라파엘 데버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그 짧은 문장이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예고도 없었고 루머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단칼’이었습니다.

데버스는 1996년생, 우리 나이로 이제 막 서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레드삭스의 3루를 지켜온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이자, 레드삭스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하던 선수입니다.
베츠, 베닌텐디, 브래들리로 이어지는 레드삭스 황금기의 핵심 전력이 무너져가는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그의 존재는

보스턴이 여전히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단순한 전력 변화 그 이상의 상징적 손실로 다가옵니다.

팬들 입장에서의 허탈함은 말할 것도 없고, 구단이 선수와 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 합니다.

 

통보도, 작별 인사도 없이 단칼에 보내는 식의 처리는 선수나, 팬을 위해서도 지양해야 합니다.

 

 

보스턴이 받아온 반대급부는 조던 힉스, 카일 해리슨, 그리고 유망주 제임스 팁스, 호세 베이요인데

메이저리그 통산 WAR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 정도면 데버스를 보낼 이유가 있었나?"라는 질문이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데버스를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팀 내 갈등이 있었다 해도, 계약기간이 8년 넘게 남아 있는 선수를 단칼에 정리했다는 건

결국 구단이 ‘대화의 여지’를 접었다는 뜻입니다.

팬과 선수의 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었고, 이건 단순히 한 번의 트레이드가 아니라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의 관계 자체에 대한 신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습니까?

 

올시즌 NBA에서도 슈퍼스타를 깜짝 트레이드한 일이 데자뷰처럼 펼쳐졌는데요.

바로 레이커스와 루카 돈치치 트레이드 협상 건이 그것입니다.

댈러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돈치치를 뜬금없이 레이커스로 트레이드해 버렸고, 이는 SNS상에서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죠. 

이렇게 돈치치를 데려온 레이커스는 얼떨결에 우승 순위가 상승하며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하는 돈치치 효과를 톡톡히 본 반면,

댈러스는 선수들 부상이 겹겹이 쌓이는 부분과 함께

돈치치의 부재라는 아쉬움을 느끼며 플옵진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아마 댈러스 단장 니코는 이번에 1라운드 1순위 드래프트 지명권 획득을 못했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돈치치 트레이드라는 꼬리표와 함께 야유를 들어야 했으니까요. 

레이커스는 트레이드 마감 시간에 샬럿 호네츠의 마크 윌리엄스를 트레이드했는데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트레이드를 취소해 버리며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려 버렸습니다.

가치에 비해 부상이력이 심하다는 것이 이유인데

아마도 데버스 또한 3루 수비가 안 되는 데다 지타라는 특성상 수비를 하지 않기에 

연봉 자체가 너무 높고 길게 책정이 되어 있으니 레드삭스 오너일가 (FSG)에겐 리스크로만 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프랜차이즈 스타는 단지 성적을 올리는 엔진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도시의 얼굴이며, 팬 문화의 근간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를 데려온다 해도, 그들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팬의 신뢰는 공백이 생깁니다.

트레이드는 숫자로 계산되지만, 팬심은 감정으로 남습니다.

선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면, 적어도 팬이 품었던 정서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

데버스와 연장계약을 하며 계약 기간 동안 주전을 보장했고, 올 시즌 알렉스 브레그먼을 FA로 영입할 때도

팀의 3루수는 데버스라고 치켜세워줬지만 결국 레드삭스의 3루수는 브레그먼이 되었고 

데버스는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1루 트리스탄 캐샤스가 부상으로 1루가 공석이자 레드삭스는 데버스에게 1루 수비를 요구했지만

지명타자로 강제 전향된 데버스는 이를 거절하며 오피스와 사이가 급격히 틀어졌는데요.

이 당시 존헨리가 직접 원정까지 와서 데버스와 면담을 했었고 그런 뒤 한 달 만에 바로 트레이드가 된 것으로 보아

존헨리의 설득에도 요지부통이었던 데버스를 좋게 보지 못하고 내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네요.

트레이드 즈음에 마르셀로 마이어, 로만 앤서니 등 굵직한 팀의 유망주들이

콜업을 받은 것도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요.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리더의 모습은 그걸 보고 배워야 하는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결단을 내린 걸로 보입니다.

 

양키스 킬러였던 데버스, 특히 양키스 에이스 개릭 콜의 고의사구로 데버스를 1루로 보내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할 만큼 천적이었는데 토미존 수술 후 재활 중인 게릿콜과 양키스에게 데버스의 이적은

얼마나 기쁨으로 작용할지 레드삭스 팬으로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베츠 트레이드에 이어, 이번 트레이드도 예일대 출신 브레슬로 단장에 의해 행해졌는데

아무리 선수에게 화가 났다고 해도 선수의 반대급부를 어느 정도 맞춰 데려올 정도의 셈이 안된다면

팀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것을 레드삭스는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우승 이후 레드삭스의 행보를 가만히 떠올려 보면

꼴찌도 자주 해가면서 팀의 재건을 위해 시간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존헨리 구단주가 레드삭스를 인수하며 우승 경쟁력이 지속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한 기조와는 정 반대의 흐름이며

이런 흐름이 강팀을 만들었는지 레드삭스와 존헨리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데버스의 계약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다 떠안았다는 것인데요.

샌프 또한 맷 채프먼이라는 좋은 3루수가 있기에 레드삭스가 데버스를 엿 먹이려 하기 위해 샌프를 일부러 택한 것인지

참 오리무중인 트레이드라고 보이네요. 

 

베츠를 보내면서 질문하려고 했던 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베츠를 트레이드하고 베츠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만한 선수가 팀에 나타났나요?

아니면 베츠 있을 때보다 우승을 더 많이 했나요?

 

이제 데버스 마저 떠나보낸 보스턴 레드삭스는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데버스를 보내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크지 않았는가?”